"백내장에 1조원 펑펑"…뿔난 보험사, '과잉진료' 칼 뽑았다

입력 2022-03-16 08:33   수정 2022-03-16 14:12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 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불법 의료 영업이 의심되는 안과 병·의원을 고발 또는 고소하는 식이다. 백내장 수술 청구 실손보험금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면서 보험사들이 강경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과잉 진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대응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최근 백내장 수술 환자를 모으기 위해 과장·허위 광고를 낸 안과 병·의원 55곳을 불법 의료광고 등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KB손보는 이들 병·의원들에 대한 현장 채증 및 홈페이지 분석을 통해 위반 사항을 확인한 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관할 보건소에 신고했다. 현재까지 총 25곳 병·의원들이 관할 보건소로부터 불법 광고 삭제 및 수정 등 행정 조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DB손해보험은 최근 의료인이 아닌 직원이 백내장 관련 수술 상담과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부산 소재 안과 병·의원 11곳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이들 병·의원들은 상담실장으로 불리는 코디네이터를 통해 환자를 진찰하고 증상 검사를 진행한 뒤, 의사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화재 또한 이들 병·의원들을 의료법 위반 의심으로 신고한 상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 진료가 심각한 5개 안과 병·의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는 보험사가 공정위에 병원을 제소한 첫 사례다. 현대해상이 제소한 병·의원들은 다초점 렌즈 비용 등 비급여 항목 가격을 인상해 수익을 보전하고, 브로커 등을 통해 환자에게 인근 오피스텔 숙박비나 교통비, 페이백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한 혐의를 받는다.

백내장 수술은 나이가 들면서 회백색으로 혼탁해진 안구 내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수술 자체가 간단하고 소요 시간도 20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종합병원급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일부 병·의원들이 백내장 환자가 아님에도 관련 수술을 행하는 데서 발생한다. 시력 교정 기능이 있는 백내장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시행해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실손보험금을 노린 백내장 수술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관련 실손보험 재정 누수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에 그쳤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15배가량 급증한 1조1528억원으로 추산된다. 손해보험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6년 1.4%에서 2020년 6.8%로 4년 동안 4.8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백내장 수술 건수가 매년 10%씩 증가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높은 비중이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둔 만큼 과잉 진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대응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보험사들이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비용을 줄이고 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손해율 악화 현상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 재정 누수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보험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 현상을 적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새 제도 도입이 예정돼있는 만큼 손해율 개선을 위한 보험사들의 강경 대응 방침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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